웅담

2006. 11. 30. 08:09백두산과 인근지역 이야기/인근지역 이야기

 

 

 

 

           호랑이 이빨

 

단군의 어머니 '웅녀(熊女)', 백제의 옛 서울 '웅진(熊津)', '곰바우', '곰달래길' 등 우리 민족과 매우 친숙한 곰은 남한에서는 이제 설악산, 지리산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멸종 위기에 처한 고산 동물이다. 40~50년 전 옛 포수들이 멧돼지나 곰 사냥을 하던 무용담이 어느덧 전설 속에 나오는 꿈같은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곰 창날 받듯 한다'는 속담이 있다. 곰은 자기를 찌르는 창을 받으면 제 몸에서 빼는 게 아니라 성이 나서 계속 창을 잡아당겨 더욱더 깊이 제 몸을 찔러 나중에는 죽고 만다고 한다. 사람이 둔하고 미련하여 스스로 자신을 해치는 짓을 하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곰 같이 미련한 놈'이란 농담을 흔히 하듯, 체구가 커서 행동이 둔할 것 같지만 나무나 절벽을 오를 땐 평지에서보다 더 민첩하며 땅을 잘 판다.

 곰은 검은곰· 불곰(큰곰· 갈색곰)· 흰곰(북극곰) 등이 있는데, '아시아의 흑곰'이라고도 불리는 반달곰은 가슴에 반달 모양의 흰색 털무늬가 가로질러 있다. 주로 밤에 활동하고, 가을이 되면 식욕이 전에 없이 왕성해져서 겨울을 날 양분을 체내에 비축해 둔다. 겨울에는 굴 속에서 동면을 하다가 2월경에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3~15살까지 번식능력이 있고, 수명은 20년 가량, 먹성이 대단해서 산딸기· 머루· 다래 등 열매류와 나무뿌리·  나뭇잎· 어린싹· 옥수수를 비롯한 각종 곡류는 물론 노루· 사슴· 가제· 물고기· 개미· 벌꿀도 즐겨 먹고, 심지어는 나무 수액까지 빨아 먹는다.

 곰들은 고독을 씹으며 혼자 지내기를 좋아해서 평소엔 혼자 떠돌다가도 짝을 물색해야 하는 여름철이 되면 어슬렁거리며 몰려들어 패거리를 이룬다. 먼저 수작을 거는 놈은 물론 수놈이다. 무리 속에서 마음에 드는 짝이 물색되면 수컷은 먹이를 찾는 체하며 옆걸음질로 암컷에게 다가가 구애를 한다. 암컷이 이에 맞장구를 쳐서 고개를 끄덕거리면 이들은 서로 몸도 대보고 입 대신 발바닥을 서로 마주치며 애무를 즐기다가 교미를 한다.


  팔진미의 하나- 곰발바닥 요리


 곰을 떠올리면 무엇보다 손꼽히는 귀한 음식이 곰발바닥(熊掌) 요리다. 맛이 좋아 팔진미(八珍味)의 하나로 꼽힐 만큼 진미식품으로 다루어진다. 중국 은(殷)나라의 마지막 임금 주(紂)는 옥으로 만든 잔에 술을 부어 마시고 안주로는 곰발바닥 요리를 즐겨서 상아 젓가락으로 집어 먹었다고 한다. 

 곰의 오른쪽 앞발의 발바닥을 일주일 이상 푹 고아 수프를 만든다. 곰은 벌꿀을 무척 좋아해서 벌집을 발견하면 벌에 쏘여 가면서도 오른쪽 앞발로 꿀을 떠서 핥고 벌집과 벌꿀을 통째로 그냥 삼키기 때문에 네 발 중 오른쪽 앞발의 발바닥이 가장 맛이 있다고 한다. 딛고 서거나 몸의 균형을 잡는데 주로 쓰이는 뒷발은 단단하고 질겨서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곰발바닥을 고아 먹으면 기력이 용솟음치고 정력과 기억력이 증진된다. 추위를 이겨낼 수 있으며, 소화기능이 강화된다. 단백질이 55.23%, 지방이 43.9%, 회분이 0.94% 함유되어 있고 맛은 달달하면서 약간 짭짤하며 독이 없다.

 《음식디미방》에 의하면 "곰의 발바닥을 석회를 넣은 끓는 물에 넣고 튀겨 털을 깨끗이 씻어 소금으로 간을 해서 하룻밤 재운다. 물이 펄펄 끓으면 넣고 불을 반만 피워서 뭉근한 불로 무르도록 고아서 쓴다. 이것은 모두 힘줄이므로 보통 고기처럼 고면 무르기 어렵다'고 하였다.

 중국 진(晉)나라 영공(靈公)은 성질이 포악해서 곰발바닥이 연하게 삶아지지 않았다고 요리사를 죽였다는 고사(故事)가 있다. 이렇듯 곰발바닥은 삶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맹자(孟子)는 가장 먹고 싶어하는 음식으로 생선과 곰발바닥 요리를 꼽고, 그중 한가지를 택하라고 하면 곰발바닥 요리를 택한다고 하였다.

 정력강화를 목적으로 먹으려면 곰발바닥과 술과 미초(米醋)를 같은 양으로 섞어서 삶는다. 그러면 곰발바닥이 공 모양으로 부푼다. 이것을 다시 썰어서 양념하여 볶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 맛이 수프에 비해 덜하지만 고기에 후추· 파· 생강· 소금 등을 넣어 삶아 먹으면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된 사람에게 좋다.

 뼈도 고아서 뽀얀 국물을 마신다. 특히 다리뼈는 호랑이의 다리뼈와 흡사한데 약간 가늘고 길며 가벼운 것이 다르고, 풍안(風眼)이라고 불리는 작은 구멍이 없다. 이 다리뼈는 습도가 높은 날 유난히 쑤시고 아픈 신경통이나 관절염 치료에 쓰인다. 이 뼈를 고은 물로 목욕하면 한방에서 역절풍(歷節風)이라 불리는 다발성 류마티스에 효과가 있다.

 곰의 뇌(腦)는 가는 귀 먹은 데에 좋으며, 기름은 피부미용, 동상이나 창상 같은 외과 질환, 또는 대머리에 외용한다. 곰이 동면에 들기 직전에 잡아서 떼어낸 기름이 더 좋다. 곰가죽은 보료나 장식용으로 귀하게 쓰인다. 살코기는 별로 맛이 없지만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된 몸에 좋다.


  만능의 민간약재- 웅담


 곰을 잡으면 이처럼 버릴 게 거의 없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쓸모있고 귀한 것이 곰쓸개다. "곰은 곧 쓸개"라고 할 정도로 웅담(熊膽)[사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엄청난 물량이 유통되고 있으므로 자연히 별의별 위조품이 범람하고 있는 실정이다.

 겨울철에 곰을 잡아 쓸개를 들어내어 겉에 붙은 기름기를 떼어내고 그늘에서 어느 정도 말린다. 이것을 두 장의 나무판 사이에 끼워 눌러 편편하게 만든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리면 웅담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웅담은 위쪽이 길쭉하고 아래쪽은 크게 부풀어 있다. 길이는 대략 10~20㎝, 넓이는 5~8㎝ 가량인데, 표면은 회록색 또는 검은빛을 띠고 광택이 나며 주름이 많다. 겉껍질이 매우 얇기 때문에 빛에 비추면 내용물이 얼핏 보이는 것 같지만 아주 질겨서 쉽게 찢어지지 않는다. 연변의 명품으로 중국 전역에 소문이 난 웅담가루는 사육한 검은곰의 쓸개즙을 주사기로 빨아 말린 것인데 가루약 형태로 먹거나 술에 타 마신다.

 웅담은 소량의 분말을 물에 뿌리면 비단실처럼 직선으로 가라앉으며, 물에 넣으면 여러 번 회전하며 연기가 번지듯 노란 기름 같은 것이 흩어지지 않고 곱게 풀어져야 진품이다. 또는 바늘을 불에 달구어 웅담을 찔렀을 때 바늘 끝에 내용물이 묻지 않으면 진품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확실하게 진위를 가릴 수는 없다. 그만큼 뚜렷한 감별법이 없다는 것이다.

 웅담은 청향(淸香)하되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난다. 맛은 매우 쓰면서 약간 달달한 감이 도는 게 좋다. 이런 맛을 미고회감(味苦回甘)이라 한다. 입에 물었을 때 치아에 내용물이 달라붙지 않고 큰 것이 좋다.

 웅담은 위와 간을 튼튼하게 만드는 민간약재로 첫손에 꼽힌다. 웅담으로 효험을 볼 수 있는 증상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해열 진경(鎭痙) 진정 작용을 한다. 전염병에 걸려 고열과 경련으로 고생할 때 웅담 1g만 복용해도 효과를 보고, 어린아이의 경우 아주 소량으로도 충분하다. 예전에는 뇌막염도 이것으로 치료했다. 어린이의 간질병이나 고혈압 중풍 심장병 등에도 죽력(竹瀝)에 웅담을 녹여 내복하면 효과적이다.

 진통 작용을 한다. 위십이지궤양으로 동통이 심할 때, 또는 담낭염이나 담석증으로 산통을 일으킬 때 소량의 복용으로 진통된다. 타박상이나 치통 대상포진으로 통증이 심할 때는 웅담을 용해한 액체를 환부에 바르면 통증이 쉽게 가라앉는다.

 소염 및 해독작용을 한다. 간염 담낭염 등에 효과가 크고 간성 혼수에도 이용된다. 급성 인두염이나 구강궤양 또는 각종 염증 부위의 종창에 발라 소염시킬 수 있다. 눈이 붓고 아픈 결막염에도 웅담을 달인 즙(汁)을 눈에 넣거나 눈을 씻으면 좋고, 또 용뇌(龍腦)라는 약재에 녹여 치질로 고생하는 부위에 바르면 소염되면서 통증도 가신다.

 웅담은 담즙 분비를 촉진하여 위산과다를 중화시키며 지방질의 소화를 돕는다. 음식으로 섭취한 비타민B를 체내에서 활성화시키며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어혈(瘀血)을 푸는 데도 좋다.

                                                         

 

                                                                                                        [미트저널, '0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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